열여섯 번째, 소스(SoSS)
사상 첫 '가을 마스터스'
11월의 '가을 마스터스'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마스터스는 PGA 투어 시즌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회로 매년 4월초에 막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일정이 변경되어 지난 11월 12일에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로 84회째를 맞는 '사상 첫 가을 마스터스'의 모습은 어떻게 달랐을까요?
▶ 서늘해진 오거스타 내셔널의 풍경
매그놀리아 레인에 피었던 목련꽃은 단풍으로 변했고, 분홍빛 물결이 일렁이던 코스는 알록달록한 가을의 컬러로 물들어 시청자로 하여금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달라진 경기 진행 방식
4월에 비해 11월은 일조시간이 짧기 때문에 마스터스 주최측은 원할한 경기 운영을 위해 진행 방식을 바꿨습니다. 종전에는 출전 선수들이 3인 1조로 1번홀에서 차례로 경기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3인 1조로 1번 홀과 19번홀에서 동시에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상악화로 인해 첫 조 티오프 이후 약 35분 만에 경기를 중단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약 2시간 뒤 비가 그쳐 재개할 수 있었지만 첫 날 1라운드를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선수가 약 40명 가량 되었습니다.
▶ 패트런없는 조용한 마스터스
패트런(Patron): 마스터스의 갤러리는 후원자라는 뜻의 패트런으로 불립니다. 약 4만명에 달하는 패트런은 평생 관람권을 보장받고 사망자가 생겨야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마스터스는 관중을 대회의 중요한 일부로 보기 때문에 선수 못지않게 패트런은 중요한 존재입니다, 패트런의 음색과 강도에 따라 일요일의 에이스가 누구인지 모두 알아 차릴 수 있고, 선수들이게 에너지를 주기도하고 의기소침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른 홀에서 나는 탄식 혹은 환호 소리로 경기 전략을 바꾸는 효과까지 제공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전례 없는 '무 관중 마스터스가' 개최되었습니다. 대회의 한 축이 사라진 마스터스는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집중하기가 때론 어려웠습니다. 150야드 떨어진 선수가 백에서 클럽을 꺼내는 소리까지 다 들리더라고요" - 욘 람
"버디나 이글 퍼트를 남겨 두었을 때 패트론의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졌습니다" - 저스틴 토마스
"구름 관중이 우르르 몰려다닐 때보다 한 명이 움직이는 게 더 거슬렸어요. 우레같은 함성이 그리웠습니다."-루이 우스트이젠
2020 마스터스 화제의 순간
'필드위의 과학자' 디섐보의 오거스타 공략 계획
소문난 장타자 디섐보가 여러 매체를 통해 마스터스에서 400야드에 육박하는 티샷을 날릴 것이라고 인터뷰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웬만한 파4 홀은 웨지로 2온을 노리고, 파 5홀은 모두 2온을 하는데 두 번째 샷은 미들 아이언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장애물은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넘기겠다는 전략도 함께 밝혔죠.
최근 디섐보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고, 오거스타 내셔널의 코스 공략에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에 대회 전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첫 출전에 너무 자만했던 탓 일까요 . 디섐보는 경기 도중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연 이은 실수로 타수를 잃었고 결국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34위에 그쳤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4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한 베른하트르 랑거와 그를 비교하며 거리가 전부가 아님을 지적했습니다. 최고령 출전 선수였던 랑거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29m, 디섐보는 288m 였지만 랑거의 성적은 3언더파로마감, 공동 29위로 디섐보보다 5계단이나 높았습니다.
특히, 최종 라운드 3번홀(파4/ 320m)에서 둘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장타를 앞세운 디섐보는 원 온에 성공했지만, 쓰리 퍼트로 파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반면 랑거는 정확한 티샷에 이어 세컨 샷을 그린에 올렸고 결국 버디를 잡았습니다.
"골프 스코어는 그린 주위 70야드에서 결정된다" 는 벤 호건의 명언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아멘 코너'의 저주를 피하지 못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작년대회에서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악명높은 '아멘 코너(11번-13번 홀)'가 황제의 부활을 알렸던 반면, 올해에는 황제에게 지옥을 선사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개인 통산 마스터스 5승에 빛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올해는 1언더파 287타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해 공동 38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특히, 우즈는 대회 최종일에 12번 홀(파3)에서 이름도 생소한 '셉튜플 보기'를 기록하며, 한번에 무려 7타를 잃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이 홀에서 적어낸 10타는 그의 선수 생활 중 기록한 최악의 스코어입니다.
아멘 코너 12번홀: 인디언의 무덤이었던 곳이라 '골퍼의 무덤'이라는 별칭을 가졌으며, 변화무쌍한 바람과 그린 바로 앞에는 해저드가 있어 많은 골퍼들을 좌절시킨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때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대회 마지막 날, 우즈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지만, 첫 티샷 후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첫 티샷이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고, 1벌타를 받고 시도한 세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갔지만 백스핀이 걸려 다시 물속으로 풍덩, 다시 1벌타를 받은 뒤 시도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빠졌습니다.
스탠스가 불안한 상태에서 여섯번 째 샷을 시도했지만 그린을 지나 공은 다시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고, 또 다시 1벌타를 받고 여덟 번째 샷을 한 우즈는 가까스로 홀 컵에 붙여 10번째 샷 시도 만에 홀아웃을 할수 있었습니다.
이후, 우즈는 흔들리지 않고 남은 6개의 홀에서 5개의 버디를 낚으며, 한꺼번에 잃은 타수를 차분히 만회했습니다. 우즈의 실수보다 이 후에 보여준 4연속 버디가 더욱 인상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연습 라운드서 보여준 욘 람의 '홀인원 묘기'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홀인원을 이틀 연속 성공시킨 골퍼가 있습니다. '세계 골프랭킹 2위' 욘 람이 그 주인공인데요.
마스터스 연습라운드 16번 홀(파3/ 224야드)에서 람이 5번 아이언으로 친 티 샷이 홀과 그린 사이에 연못의 물 위를 세번 튄 후 그린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린에 올라간 공은 언덕에서 천천히 굴러 홀 안으로 직행했습니다. 이른바 물수제비 샷으로 홀인원을 완성한 것입니다.
전날 4번 홀(파3)에서도 홀인원을 성공시킨 바 있는 람은 홀인원을 완성한 후 믿을 수 없다는 듯 양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습니다.
람의 묘기와 같은 홀인원 영상을 함께 확인해 보세요.
2020 마스터스 챔피언 '더스틴 존슨'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11월의 마스터스를 접수했습니다.
제84회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인 존슨이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생애 처음으로 그린 재킷을 입었습니다.
5번(파4) 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적어내며, 한때 임성재에게 1타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결국 마스터스 역사상 처음으로 20언더파 고지에 올라서며, 최저타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종전 마스터스 최저타 기록은 1997년 타이거 우즈와 2015년 조던 스피스가 세운 18언더 270타였습니다. 또한, 2위 그룹과 5타차 우승을 기록한 존슨은 1997년 우즈의 12타 우승 이후 23년 만에 최다 타수 차 우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통산 24승을 달성한 존슨은 지난 2016년 6월 US오픈 이후 4년 5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지난 10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깐 필드를 떠났던 그는 복귀 두 번째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정상에 올랐습니다.
존슨은 어린시절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는 위드힐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볼을 치며 마스터스 우승을 꿈꿔왔습니다.
타이거 우즈에게 꿈의 그린 재킷을 건내 받은 뒤 감정이 복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존슨은 잠시 후 감정을 추스르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밤에 내가 떠날 때 불을 끄곤 했습니다. 마스터스는 제 꿈에 무대였고, 그린 재킷을 입은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무엇보다 우즈가 직접 그린 재킷을 입혀 주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라며, 우승의 기쁨을 전했습니다.